유퀴즈? 다시 돌아온 윤 대통령의 '듣기 평가'

유퀴즈? 다시 돌아온 윤 대통령의 '듣기 평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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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Q(서술형). 대통령 대국민 담화 목적은 무엇일까요?(듣기 시간 50분)

'바이든 vs 날리면' 대국민 듣기 평가를 출제했던 VIP가 또 한번의 듣기 평가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1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진행했다. 거짓말처럼 만우절에 급작스레 잡힌 담화. 의료계는 물론,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대통령 사과설'부터 '의료계 강력 징계설'까지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담화를 열진 않았을 거란 '작은 기대'에서 비롯됐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의 담화는 큰 화제거리였다. 

"이 담화 왜 한거지?"

한 기자가 담화 중 터뜨린 한 마디. 공감의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대통령은 그간 정부가 말했던 기존 입장을 조금 힘 있게 되풀이했다.

더 당황스러운 광경은 담화 직후 인터넷 창에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의료계와 대화 가능성을 열었다"
"윤 대통령이 의료계와 대화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각 언론이 뽑아 낸 헤드라인이다. 같은 대국민 담화를 들었지만 각자의 해석은 전혀 달랐던 거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다른 해석'은 계속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담화에 "당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저렇게 대책없이 억지 부릴 수는 없다"며 "날아오는 혜성을 보면서 멸종을 예감하는 공룡들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인요한 대표는 같은 담화를 두고 "사막에 비가 왔다. 이제 해결(할 길)이 다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자 배석·질의응답 없는 윤 대통령 '듣기 평가'의 결과다.

이번 담화에서 일관적 답안이 나온 곳도 있다. 사건(?)의 당사자, 의료계다. 의료계에선 담화 직후 분노 섞인 반응이 일제히 쏟아졌다.

의료계는 "2000명은 최소 인원"이라며 '제재·처벌'을 입에 올린 협박에 분개했다.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 걱정이란 폄훼 발언에는 허탈해 했다. 의료계 반발에 대한 정부 대응을 '건폭 척결'과 연관지은 부분에선 말을 잃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현 의·정대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품었으나, 이전 정부 발표와 다른 게 없었다"며 "추가로 반박할 이유는 없다"고 정리했다. 충남대병원 교수들은 오히려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반발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 한정! 대통령의 메시지가 '동일하게' 전달된 것이다.

뜻밖의 듣기 평가. 대통령의 담화가 명확치 않았다기보단 듣는 이들의 바람이 녹아든 탓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의-정간의 대화를 열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는 갈등을 풀어야 할 때라는 간절함으로도 보인다.

많은 이들의 기대는 무색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의 입장을 고집스레 읽어 내렸다. 정부가 "대화를 하자"는 의료계에 '대화의 통로를 차단했다'는 답을 쓰게 했다.

이번 담화에서 윤 대통령과 카메라 사이엔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하나의 질문도 없는 50분간의 담화엔 대통령의 거친 목소리와 물 마시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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